
대전민사전문변호사가 짚어주는 민사소송의 기본 원리와 승소의 길
대전에서 30여 년간 수많은 민사소송을 다루어 온 변호사로서 의뢰인이 법정 문턱에서 가장 막막해하는 지점은 ‘무엇을, 어떻게 주장하고 증명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거나 계약이 깨지거나 손해를 입는 등 살아가며 마주하는 분쟁의 상당수는 결국 민사소송이라는 절차를 통해 해결된다. 그러나 법은 억울하다는 호소만으로 권리를 회복시켜 주지 않는다. 민사소송을 관통하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소중한 권리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민사소송을 지배하는 두 개의 큰 원칙은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다. 처분권주의는 소송을 시작할지, 무엇을 어디까지 청구할지, 또 소송 도중에 화해나 취하로 분쟁을 끝낼지는 전적으로 당사자가 결정한다는 뜻이다.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맡긴다는 것으로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
변론주의는 소송에 필요한 사실과 증거를 수집하고 제출할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만을 바탕으로 법원이 재판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판결의 기초가 되는 사실과 증거는 당사자가 직접 주장하고 제출해야 하며 법원이 알아서 유리한 사실을 찾아주지 않는다. 결국 ‘말하지 않은 것은 없는 것과 같고 증명하지 못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라는 냉정한 원칙이 소송의 승패를 좌우한다.
그렇기에 입증책임은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사실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끝내 분명하지 않을 때, 그로 인한 불이익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다. 원칙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법률효과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 요건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예컨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람은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 손해의 발생과 그 액수, 그리고 가해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모두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민법 제750조, 대법원 1988. 3. 22. 선고 87다카1958 판결). 대여금을 청구한다면 돈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을, 반대로 이미 갚았다고 항변하는 측은 변제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분쟁의 조짐이 보이는 순간부터 계약서, 금융거래내역, 문자메시지, 대화 녹취 등 객관적 증거를 빠짐없이 확보해 두는 게 중요하다.
손해액 증명이 곤란할 때의 구제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정확히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때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에 기초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손해액을 정할 수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01. 14. 선고 2020나28381 판결). 다만 이는 입증책임을 완전히 면제해 주는 제도가 아니라 손해의 발생 자체와 그 대략적인 근거는 여전히 당사자가 제시해야 하므로 철저한 법리 구성과 자료 정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멸시효도 중요하다. 아무리 정당한 권리라도 행사하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법적으로 소멸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채권은 10년, 상거래로 인한 채권은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며 그 밖에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권리도 적잖다. 시효가 완성되기 전 소 제기, 압류, 채무 승인 등을 통해 시효를 중단시키지 않으면 받을 수 있었던 돈도 한순간에 받을 수 없게 된다. 권리 행사는 ‘미루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어다.
어렵게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상대방에게 재산이 남아 있지 않으면 그 판결은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그래서 소송 전이나 소송 중에 상대방의 재산을 묶어 두는 가압류·가처분과 같은 보전처분이 중요하다.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 부동산 경매, 채권압류 및 추심 등 강제집행 절차를 통해 비로소 권리가 현실화된다. 소송은 판결을 받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돈을 회수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 금강일보(https://www.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