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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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공소시효와 민사 소멸시효 각각의 개념과 기산일은?

 

Q. 안녕하세요. 궁금한 점이 있어 편지드립니다. 출소하면 저에게 사기를 쳤던 사람을 고소하려고 하는데, 같은 방 사람에게 물어보니 “공소시효 지나면 끝이다”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민사로 하면 소멸시효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형사로 고소하는 것과 민사로 소송하는 것이 시효가 다르다는 건 대충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다른 건지 쉽게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형사 공소시효는 아직 안 지났는데 민사 소멸시효가 먼저 지나버리는 경우도 있는 건가요? 반대로 형사는 시효가 끝났는데 민사로는 아직 청구가 가능한 경우도 있나요?

사건이 발생한 지 한 5년쯤 됐는데 아직 고소할 수 있는 건지, 돈이라도 받아낼 수 있는 건지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출소 후에 뭘 먼저 해야 하는지 순서가 있다면 그것도 알려주시고, 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안에 있는 동안 미리 해둘 수 있는 조치 같은 게 있는지도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BK파트너스 백홍기 변호사입니다. 같은 방 사람들의 말이 저마다 달라 혼란스러우셨겠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두 사람의 말 모두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형사와 민사는 분명 별개의 절차이지만, 현재 어느 시점에 와있느냐에 따라 취해야 할 행동의 순서가 달라집니다.

먼저 형사 공소시효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사기죄는 형법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범죄이므로,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10년입니다. 그리고 그 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됩니다(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 사건이 벌어진 지 5년쯤 되셨다면, 단순 사기의 경우 아직 공소시효가 절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셈입니다.

또한 편취 금액이 5억원을 넘는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에 해당하여 법정형이 더 무거워지고, 그에 따라 공소시효도 길어집니다. 더하여 동일한 피해자에게 단일한 범의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기는 ‘포괄일죄’로 보아 마지막 범행이 종료된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입니다.

만약 가해자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에 도피해 있었다면, 그 기간 동안은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된다는 점도 기억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

반면 민사 소멸시효는 형사 공소시효와는 전혀 다른 잣대로 흐릅니다. 사기로 인한 손해를 돈으로 회복 받으려면 통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시게 될 텐데, ‘민법’ 제766조는 이 권리에 대해 두 개의 시한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첫째,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둘째,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그것입니다(민법 제766조). 이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먼저 도과하면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합니다.

한편 사기 피해금을 부당이득반환이나 대여금 등으로 구성하면 10년의 민사 시효(상사거래라면 5년)가 적용되기도 하니,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떤 권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살아있는 시효의 기간이 달라집니다. 

여기서 질문자님께서 던진 가장 핵심적인 질문, “형사 공소시효는 살아있는데 민사 소멸시효가 먼저 끝나버리는 일이 있느냐”에 대한 답은 분명히 ‘있다’입니다. 오히려 실무에서는 그런 경우가 훨씬 흔합니다.

사기죄 공소시효는 10년인데,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 소멸시효는 단 3년이기 때문입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누구인지, 자신이 얼마의 손해를 입었는지를 분명히 인식한 시점부터 3년이 지나버리면, 형사로는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더라도 민사 손해배상은 거절당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 소멸시효는 형사상 소추와는 전혀 별도 관점에서 설정한 민사 관계의 고유한 시효 제도이므로, 그 시효기간은 관련 형사사건의 소추 여부 및 그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를 사기로 고소해두었다고 해서 이것만으로 민사 소멸시효가 멈추지도 않습니다.

형사고소는 민법 제168조가 정한 시효중단 사유(청구·압류·가압류·가처분·승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형사 공소시효는 끝났는데 민사 청구는 아직 살아있는 경우 역시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기죄가 아닌 단순 채무불이행 영역으로 넘어간 사안이거나 형사상 고소기간을 놓쳤더라도 민사 10년의 장기 시효 안에 있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출소 후 무엇을 먼저 해야할까요? 사건 발생 후 5년이 지났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솔직히 말씀드려 민사 소멸시효가 더 위태로운 상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질문자께서 피해사실과 가해자를 명확히 인지한 시점

이 언제였는지를 정확히 짚어보셔야합니다. 만약 그 시점이 5년 전 사건 직후라면, 단기 3년의 시효는 이미 도과했을 수 있고, 그렇다면 부당이득반환이나 대여금 등 다른 청구원인을 모색해야 합니다. 반대로 피해 사실의 전모를 뒤늦게 파악하셨다면 아직 단기시효가 진행 중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순서로 보자면, 출소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① 변호인과 함께 정확한 시효 도과 여부를 진단받는 것, ② 그 진단에 기초하여 형사고 소장과 민사 소장(또는 지급명령 신청서)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 ③ 가해자에게 재산이 있다면 본안 소송 전 가압류를 먼저 거는 것입니다.

형사 절차가 진행되면 가해자가 합의를 위해 변제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형사가 끝날 때까지 민사를 미루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형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민사 시효가 완성되어 버린 사례를 저는 너무도 많이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에 계신 지금 미리 해두실 수 있는 조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시효가 임박한 상황이라면 결코 출소를 기다리고 있을 일이 아닙니다. 

첫째, 가해자에게 내용증명 우편으로 손해배상 또는 변제를 청구하는 ‘최고’를 보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최고는 그 자체로 시효를 중단시키지 못하고, 6개월 이내에 재판상 청구·압류·가압류·가처분 등 본격적인 조치로 이어져야만 시효중단의 효력이 유지됩니다(민법 제174조). 따라서 내용증명만 보내고 손 놓고 계시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둘째, 가족이나 지인, 그리고 무엇보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감 중에도 본인 명의로 가압류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실 수 있습니다. 수감자라는 신분은 소송 제기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셋째, 가해자로부터 채무를 인정하는 각서나 차용증, 변제 계획서 등을 받을 수 있다면 이는 「민법」 제168조 제3호의 ‘승인’에 해당하여 시효가 새롭게 처음부터 다시 진행됩니다.

넷째, 형사 절차에서 배상명령신청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시효라는 것은 권리 위의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습니다. 안에 계신다는 사정만으로는 누구도 정해진 시효를 멈춰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올바른 순서로 움직이신다면, 질문자님의 권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